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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호 항해일지

 

주명식

 

사글세 같은 쪽배를 띄우고

초가집 같은 나룻배에 올라

상앗대 밀며 노 젓던 사공들의 이력을 키운

55년의 세월이 흘러갔다

 

 

세월의 압력에 배 모양은 달라지고

사공과 선장도 바뀌었지만

한결같은 그 이름

삼성호에 승선했던 사람들

지금은 어디서

어떤 삶의 그물을 엮고 있는지

돛을 달고 닻을 내리며

숨가쁘게 지나온 출항(出港)과 정박의 나날들이 자맥질한다

 

항해하는 배를 건드리기 좋아하는

바람의 심술을 읽을 줄 아는 노련한 선장이라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암초지대를 지니가야 할 때

선장의 감각에 호흡을 멈추고

초조히 지켜보던 초짜 선원들

콩가슴으로 그들의 애간장은 타버렸다

 

육지를 떠나

가깝거나 먼 바다로 출항(出航)하는 선박

일주일이나 달포정도 걸리는 항해생활

달 없는 밤을 만났다

구름낀 흐린 날은 의외로 많았다

제물을 요구하는 거센 풍파와

예측할 수 없을만큼 변주(變奏)하는

폭풍우와 싸우느라 손실도 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주의 마음은 선장을 믿었다

 

선장과 선원이 겪을 수밖에 없는 청각의 혼란

안팎에서 들려오는 쎄이렌(Seiren)의 노랫소리

정신줄 놓지 않으려고 밀랍으로 귀를 틀어막았다

칠흑으로 도배한 빛없는 밤바다

냉정을 유지하기 힘든

감정의 기복을 어쩌지 못한채

다급하게 타전하듯

본능적으로 터져나오는

타타 타 타 타타 타 타

뚜뚜 뚜 뚜 뚜뚜 뚜 뚜

절박한 기도소리

 

삼각파도 풍랑 속

먼데서 보내오는 희망의 손짓

이쪽을 바라보고

안심하고 오라 신호보내는

등대의 불빛

 

살았구나

오, 주여 감사합니다

 

바람결에 묻어오는 육지 냄새

갑판 위로 나도는 갈매기 울음 소리

할렐루야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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