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사에 감사하는 풍요
황명상 집사
나는 2006년 파주로 이사 와서 최명수 집사의 인도로 교회에 처음 나오게 되었다. 타향 객지에서 무료함도 달래고 지역사람들이나 좀 알고 지내자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집안에서는 영남의 사대부가 종갓집 종손이 교회를 나간다고 난리였다. 충북대학교에서 사학을 전공한 며느리는 더욱더 어리둥절해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승보를 정리하고 조천록(임진왜란 때 선조대왕 파천기)을 번역하여 출판을 준비하던 나였기에 가족 모두가 놀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경상북도 영주에서 5남매 중 아들로는 장남으로 태어나 영주중, 부산 해동고를 졸업하고 군 입대하여 군수기지사령부 병참부에 근무하면서 부대 배려로 건축학 공부를 조금 했었다. 충북 단양에서 25년간 건설업을 하다가 모든 사업을 정리하고 특별한 계획도 없이 이곳으로 이사 왔으니 나의 마음은 온통 세상에 대한 불만뿐이었다.
그러나 교회를 다니기 시작한 후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지는 나의 모습에 나 스스로 놀라게 되었다. 교회를 다니면서 들고 다니는 성경을 일독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성경일독은 3개월 반 만에 통독하게 되었다. 하지만 머리만 더 복잡해지고 도무지 정리가 되지 않아 기독서점을 다니면서 성경해설집을 찾아보았다. 수박 겉핥기로 한 번 읽어보고 그 오묘한 하나님의 말씀을 육의 마음으로 수학 문제풀이 하듯이 알려고만 한 나의 아둔한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알고 나서부터 머리가 숙여졌다.
2010년 김상돈 목사님이 시무하실 때 참여했던 재자대학 성경공부는 나의 풀뿌리 신앙에 크나큰 은혜의 시간이 되었다. 이후 하나님이 주신 직분을 소중히 생각하며 즐거운 마음과 감사하는 마음으로 나의 일들을 담당하고 있다. “하나님. 부족한 저에게 교회 성물을 관리하는 직분을 주시니 감사합니다. 비록 가진 것이 없어 하나님께 넉넉히 드리지는 못하오나 소중한 성물들을 관리함에 소홀함이 없게 하여 주옵소서”라며 나도 모르게 혼자 중얼거리며 기도한다. 그리고 나는 또 기도한다. “하나님,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로 인하여 고통 받고 시험에 든 영혼들을 위하여 저의 죄를 회개하며 기도하오니 죄를 용서하여 주옵소서.”
나는 회개하는 삶을 통해서 마음의 평안을 되찾게 되었다. 하나님이 주신 한없는 은혜와 십자가 피흘림으로 구원받고 살아가는 지금은 물질의 풍요보다 범사에 감사하는 마음의 풍요를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