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베르댜예프, <노예냐 자유냐> (이신 역, 늘봄)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요8:32)
진리의 길, 자유의 길을 걸어갈 때에 스스로 회의하고 좌절하기도 했다. 확신이 부족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놀라운 동지를 만났다. 러시아 인격주의 사상가 니콜라스 베르댜예프(Nicholas Berdyaev), 그의 걸어온 길과 사상을 접하면서 마치 목마른 사슴이 시냇물을 벌컥 벌컥 들이키며 해갈을 하듯이 내 속사람이 기뻐뛰노는 경험을 매주마다 하고 있다.
인간은 인격이다. 제도, 사회, 사상, 물질과 자본, 나라 인간은 그 어느 것의 노예나 부속품이 아니다!
인격주의 사상가 베르댜예프가 속한 러시아 귀족층에는 자유가 있었으나 평등이 없었다. 그래서 맑주의의 사회주의에 참여하였다. 그러나 맑스주의에는 평등은 있으나 인간이 사회주의 공동체를 위한 수단일 뿐, 참된 인격이 자리할 곳은 없었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은 독립되고 자유로운 인격이지, 그 어떤 사상이나 제도나 물질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된다. 인간 자체가 고유한 목적이다. 그는 러시아에서 추방하여 사상적인 방황을 한다. 톨스토이, 소설가 입센, 사상가 니체, 문학가 도스토예프스키, 키에르케고어 등을 만난다. 사상가 니체에게 많은 영향을 받고 자유를 만끽하지만 니체의 한계는 인격적인 신을 전제하지 않는다. 그래서 니체의 사상에는 인격주의의 기반을 찾을 수가 없다. 베르댜예프는 기독교 사상에서 인격주의의 기반을 찾는다.
인간은 두 세계가 만나는 교차로이다. 인간에게는 두 본성이 있다. 신의 형상과 인간의 형상이다. 인간의 인격은 공동체의 유산이 아니라, 초월로부터,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것이다. 인격의 근원은 초월에서 온 것 이외에 없다. 니콜라스 베르댜예프는 기독교의 하나님에서 사람의 인격의 근거를 찾는다. 인간은 두 세계의 교차로이기 때문에 이 땅에 적응하고 타협하지 않으며, 혁명적이며 갈등과 고난을 필수요소로 하고 있다. 인간은 두 가지 낯섬을 경험한다. 이 세상에 대하여 낯설고 버림받고 배척을 받고 고독함을 느낀다. 또한 초월에 대하여 낯설다.
인격주의의 반대는 이기주의(egoism)이다. 자아중심주의는 인격을 파괴한다. 자아중심주의는 모든 것을 자기 중심으로 해석하고 판단하고 생각하고 느끼는데, 결코 자기를 초월할 수가 없다. 자아중심주의는 타인을 '그것', '내가 아닌 것'으로 인식하지만, 인격주의는 타인과 자연을 '또 다른 나'로 인식하고 관계한다. 인격주의의 핵심은 정신이다. 이 정신은 이 세상의 소유나 지위나 명예나 권력의 노예가 될 수 없으며, 정신은 자유이며, 이 정신은 초월하신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것이다. 이 정신을 일깨우는 것이 인격주의의 시작이다.
인격은 우주의 일부가 아니라, 우주가 인격의 일부이다. 인격은 소우주이다. 인격은 자유이다. 인격은 주체성이다.
개인과 인격의 차이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개인은 종속적이며, 자연적이며, 사회적인 기원을 가지고 있고, 자기 중심적이며 그 삶의 방식은 적응과 순응이며, 의식적이며, 그 결과는 소외와 분열이다. 개인은 세상 시민의 삶의 방식이다. 반면, 인격은 독립적이며, 초월적이며, 영적이며, 신적인 기원을 가지고 있고, 내면의 소리를 들으며 통합적이고 자기 초월적이며, 초의식적이고, 자유와 사랑이 그 삶의 방식이며, 그 결과는 통합과 원만성이다. 인격은 하나님 나라 시민의 삶의 방식이다. 초월적 세계, 더 높은 차원의 존재가 없다면, 인간의 인격은 존재할 수 없다. '하나님이 없다'하는 것은 인간을 비하하는 것이다.
인격주의는 자유를 전제로 한다.
자유와 사랑을 위하여 저항을 전제로 한다.
고통과 기쁨을 누리는 능력이 없이는 인격은 있을 수가 없다.
성품은 인격의 영적인 원리의 승리이다. 자아중심주의를 극복한 결과가 성품이다.
성품을 만드는 것은 정신이다. 인격은 정신이며 자유이며 행동이다.
인격주의에서 말하는 자유란? 권리 주장이 아니라 의무 주장이다.
죄, 죄책, 회개.
이것은 자아를 초월한 결과인 동시에, 초월에 들어갈 수 없는 한계를 절감하는 것이다.
초월에 들어가는 것, 초월하신 하나님과의 바른 관계는 오직 믿음을 통하여, 은혜로 인하여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인격의 핵심은 겸손일 것이다. 겸손히 하나님의 은혜를 받아들이며, 하나님께서 영광과 존귀로 그를 높이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죄는 신의 계시로만 알 수 있으며, 죄의식을 가진 존재는 비로소 하나님의 은혜를 십자가에서 발견하고 만남으로 말미암아 새롭게 되는 '순간'의 체험을 하게 될 것이다. 그게 인격의 시작이다. 곧 십자가의 계시속에서 신과의 만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