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어느 해보다 더 십자가의 의미를 깊이 묵상하는 사순절을 지키고 있습니다. 사순절은 재를 이마에 바르고, 죄를 고백하며, 회개하는 마음으로 40일 동안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고난을 묵상하며 자신의 신앙생활을 성찰하는 기간입니다. 먼저 부르심으로 주의 종 된 목회자들이 내 이마에 발라야 할 시꺼멓고 더러운 죄의 재를 떠올리며 회개하는 사순절이 되기를 바랍니다.
근간에 세상의 밑바닥에서나 일어날 일들이 거룩한 교회와 교인들과 연루되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에 총회장으로서 교단 소속 전국 교회가 금식을 선포하고 애통하며 회개할 것을 요청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처형을 이틀 앞둔 화요일 저녁과 수요일의 사건을 기록하며 은 삼십에 스승을 판 가룟 유다를 두고 한 신학자는 “나 자신도 그런 사람 중의 하나일지 모른다”고 고백하였습니다. 얼마 전 많은 목회자들을 통탄에 빠트렸던 ‘백골 여중생 살인’ 사건은, 같은 목회자로서 한없는 부끄러움에 내 자신의 머리에 재를 뿌리며 기도하게 하였습니다. 2016년 사순절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마지막 회개의 시간임을 깨달아 애통하며 함께 웁시다. 시대정신을 이끌어 가야할 기독교의 진리마저도 평범한 시민들을 공적 삶으로 이끌어낼 힘을 상실했음을 개탄하며 함께 회개의 보좌 앞으로 나아갑시다.
하나, 정치 지도자들의 각성과 바른 정치를 위해 깨어 기도하며 감시자가 됩시다. (임시국회 본회의가 무산된 상황에서 무당의 굿판을 국회에서 벌여 “총선에서의 국민들의 올바른 선택과 북 핵 실험으로 얼어붙은 남북관계 개선”을 기원했다고 하니, 이런 미신적인 굿판 때문에 국민들의 냉소와 불신은 한층 심화되었습니다.) 우리는 정치 지도자들이 당리당략이나 자신의 명예를 위해 정치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발전과 국민을 위한 올바른 정치를 해 줄 것을 요청하며, 우리는 깨어 기도하는 감시자로서 총선을 통해 한국교회의 뜻을 표명합시다.
둘,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 증진을 위해 기도합시다. 우리는 우리 나라의 통일정책인 평화 공존의 단계적 통일을 위해 비핵화, 화해와 평화, 경제협력을 통한 남북관계의 발전을 위해 기도합시다.
셋, 증오와 미움, 분쟁과 전쟁이 없는 지구촌의 치유와 화해를 위해 기도하며 행동합시다. 2016년 사순절 기간에 특별히 세계 도처에서 벌어지는 증오와 미움, 분쟁과 전쟁으로 신음하는 지구촌의 치유와 화해를 위해 기도하며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먼저 화해자로서 평화의 촛불을 들고 세계로 나아가는 작은 실천을 행동으로 옮깁시다.
이제 사순절을 맞이하여 한국교회 온 성도들이 회개와 기도, 절제와 금식, 깊은 말씀 묵상과 경건의 생활을 통해 화해의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신 주님을 기억하며,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가는 일에 함께 동참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2016년 2월 11일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총회장 채영남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