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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 루케이로의 <너는 특별하단다>

꼭 읽어보세요. 읽으신 분은 밑에 이름을 남겨두시거나, 느낌이라도 쓰시면 더욱 좋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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웸믹 이라는 작은 나무사람들이 사는 마을이 있었어.

그들은 모두 엘리라는 목수 아저씨가 만들었지.

엘리 아저씨의 작업장은 웸믹들의 마음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에 있었어.

 

웸믹들은 제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어

코가 높거나, 눈이 커다랗더나, 키가 크거나, 키가 작거나, 모자를 쓰거나

이렇게 모두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그들은 모두 한 목수가 만들었고

한 마을에 모여 살았어.

 

웸믹들은 날마다 똑같은 일을 하며 살았어

금빛 별표가 든 상자와 잿빛 점표가 든 상자를 들고 마을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만나는 이들마다 서로 별표나 점표를 붙이며 하루를 보냈지.

 

나무결리 매끄럽고 색이 잘 칠해진 웸믹들은 항상 별표를 받았어.

하지만 나무결이 거칠고 칠이 벗겨진 웸믹들은 늘 잿빛 점표를 받았지.

재주가 뛰어난 웸믹들도 별표를 받았어.

무거운 것을 번쩍 들어올릴 만큼 힘이 쎄거나,

높은 상자를 훌쩍 뛰어넘을 수 있는 웸믹들,

어려운 단어를 줄줄 외거나, 노래를 아름답게 부를 줄 아는 웸믹들에겐 별표가 붙었지.

마을의 시장이나 높은 고위직의 웸믹들은 온몸에 별표가 붙어 반짝거리기도 했어.

별표를 받으면 기분이 좋으니 하나라도 더 받으려고 애를 쓰는거야.

 

하지만 웸믹들 중에는 재주가 없는 이들도 있었어.

그들은 언제나 잿빛 점표를 받았지.

판치넬로도 그 중의 하나였어.

하지만 늘 넘어지고 말았지.

그러면 웸믹들이 달려 들어 너도나도 잿빛 점표를 붙었어.

'하하 넘어졌네? 벌점이야!'

또 넘어지고 상처가 나고 왜 넘어 졌는지

설명을 하려고 하면 말투가 우스꽝 스럽다고 다시 벌점을 붙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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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에 벌점이 붙은 펀치넬로는 밖에 나가기가  싫어진거야.

발을 헛디디거나 웅덩이에 발을 헛딛기라도 하면

또 벌점을 받을까봐 두려워진거지.

 

"점표를 많이 받을 만해."

웸믹들은 눈짓을 해가며 수군댔어.

"펀치넬로는 좋은 나무 사람이 아니라니까."

 

그러다 보니 펀치넬로 스스로도 이렇게 말하게 되었어.

"아무래도..난 좋은 나무사람이 아닌가봐."

 

 그런데 어느 날 펀치넬로는 우연히 어떤 웸믹을 만났지.

그녀는 지금껏 본 그 누구와도 달랐어.

그녀의 몸에는 별표도, 점표도 아무것도 없었어.

그냥 깨끗한 나무일 뿐이었어.

그녀의 이름은 루시아 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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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아 에게 웸믹들이 표를 붙이지는 않았던 건 아니야

그녀의 몸에 표가 붙지 않았을 뿐이지.

어떤이는 루시아에게 점표가 하나도 없다고 칭찬하며 별표를 붙였고,

어떤 이는 루시아에게 점표가 하나도 없다고 비웃으며 점표를 붙였어.

하지만 루시아의 몸에는 붙으면 이내 떨어지고 말았지.

 

'나도 정말 저렇게 되고 싶어

어떤 누가 주는 표시도 받고싶지 않아.'

판치넬로는 속으로 생각했어

 

그녀에게 물었지.

어째서 표가 없느냐고.

 

'별거 아냐 난 매일 엘리 아저씨를 만나러 가는 것 뿐이야."

"엘리아저씨라구?"

 

"그래, 목수 엘레 아저씨 나는 아저씨 한테 가서 함께 있다 오곤 해"

"왜?"

 

"왜인지는 네가 직접 알아봐. 아저씨는 언덕 위에 계시거든"

 

그렇게  말하고 루시아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멀어졌어.

 

판치넬로는 목수 아저씨를 찾아가, 커다란 작업장 안으로 들어섰어.

모든 게 너무나 커서 판치넬로의 나무 눈이 동그래졌지.

작업용 의자가 펀치넬로의 키만큼 컸고, 발돋움을 해야 겨우 보이는

작업대 위에는 판 길이 만한 망치가 놓여 있었어.

펀치넬로는 침을 꿀꺽 삼키고 몸을 돌렸어.

 

"아무래도 그냥 집에 가야겠어.."

 

바로 그 순간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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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치넬로야?"

힘있는 목소리 였어.

 

펀치넬로는 천천히 돌아서서,

수염이 덥수룩하고 키가 큰 목수 아저씨를 보았어.


"저를, 아세요?"

"물론이지. 내가 널 만들었는걸?"

     

아저씨는 몸을 숙여 펀치넬로를 들어올려 작업대 위에 앉혔어

그리고는 그의 몸에 덕지덕지 붙은 점표들을 찬찬히 보며 말했어.

"흠, 나쁜표를 많이 받았구나."

"저도 이런 표를 받고 싶진 않았어요, 엘리아저씨

전 정말 노력했어요."

 

"내게 변명할 필요는 없단다.

나는 다른 웸믹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상관하지 않는다."

 

"정말요?"

 

"물론이지, 너도 그럴 필요가 없단다.

누가 너에게 별표나 점표를 붙이지?

너와 똑같은 웸믹, 나무사람들이야.

판치넬로,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아니라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하단다.

난 네가 아주 특별하다고 생각해."

 

펀치넬로는 피식 웃었어.

 

"제가요? 특별하다고요? 뭐가요

저는 빨리 걷지도 못하고, 높이 뛰어오르지도 못해요.

제 몸은 여기저기 칠이 벗겨져 있고요.

이런제가 당신에게 왜 특별하죠?"

 

엘리 아저씨는 펀치넬로를 내려다보더니

커다란 손을 작은 어깨에 얹고 천천히 말했어

 

"왜냐하면, 내가 널 만들었기 때문이지.

너는 내게 무척 소중하단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펀치넬로를 엘리 아저씨처럼,

자기를 만든 이 목수와 같은 표정으로 바라본 적은 없었어.

 

펀치넬로는 무슨말을 해야할지 몰랐다.

 

"날마다 니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단다."

 

"몸에 표가 하나도 없는 웸믹 때문에 오게 되었어요."

 

"알고있단다. 루시아가 너에 대해 말해 주었거든"

 

"어째서 루시아의 몸에는 표가 붙지 않나요?"

 

아저씨가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어

"루시아는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보다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마음먹었기 때문이지

그 표는 네가 붙어 있게 하기 때문에 붙는거란다."

 

"뭐라고요?

 

"그 표는 네가 그것을 중요하게 생각할 때만 붙는거야

네가 나의 사랑을 깊게 신뢰하면 할수록

너는 그 표들에게 신경을 덜 쓰게 된단다."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어요"

 

"차차 알게 되겠지. 시간이 좀 걸릴 거야.

네 몸에는 표가 많이 붙어 있구나

이제부터 날마다 나를 찾아오렴,

그러면 내가 널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지 알게 될 테니까"

 

엘리 아저씨는 펀치넬로를 들어올려 바닥에 내려 주었어.

 

"기억하렴"

작은 나무사람이 문 밖으로 나갈 때 엘리가 말했어

"내가 너를 만들었고, 넌 아주 특별하단다.

나는 결코 좋지 못한 나무 사람을 만든 적이 없어."

 

펀치넬로는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어.

"그의 말이 맞을지도 몰라"

 

바로 그 순간.

펀치넬로의 몸에서 점표하나가 땅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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