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기승을 부립니다. 하지만 말복과 함께 입추를 지나 곧 선선한 가을이 코앞에 다가오는 것을 감지합니다. 어제 한국축구가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메달을 획득하였고 동시에 숙적 일본을 이기는 승리의 기쁨을 맛보았습니다. 때마침 광복절을 앞두고 거둔 승리여서 더욱 기쁜 것 같습니다. 스포츠 뿐 아니라, 도덕성과 인간성과 기술력, 그리고 신앙에 있어서도 깨어있고 앞서 나가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저는 휴가기간에 목회하는 친구들을 방문하고, 그리고 호남지역의 지리와 역사를 둘러보는 계획을 가졌습니다. 먼저 들린 곳은 엑스포가 열리는 여수입니다. 여수의 엑스포, 이순신대교, 이순신공원, 향일암, 여수밤바다를 구경하였습니다. 여수를 떠나기 전에 '사랑의 원자탄' 손양원 목사님의 순교기념관에도 들렸습니다. 다음으로 생태계가 살아 숨쉬는 순천만을 둘러보았고, 장흥을 거쳐 강진으로 갔습니다. 강진에서 인상깊게 보았던 것은 고려청자축제, 「모란이 피기까지」를 쓴 시인 영랑 김윤식의 생가, 11년간 가장 오랜 기간동안 강진에 유배되어 600여권의 저술을 했고 실학을 완성하기도 한 정약용 선생의 암자인 다산초당에 올랐습니다. 시인 정호승은 다산초당으로 가는 이 아름다운 길을 ‘뿌리의 길’이라고 불렀습니다.
완도에서 하루를 묵은 다음날, 배를 타고 보길도로 갔습니다. 지역 할머니들이 모여서 예배드리는 보길교회에서 주일낮과 오후예배를 드리고 담임전도사님의 안내를 받으며 어부서사시를 쓴 윤선도의 세연정(일종의 정원)과 장희빈의 모함 때문에 억울하게 유배를 가면서 쓴 우암 송시열의 시가 새겨진 해변위의 바위에 올라서 역사 이야기도 하고 보길도의 바다를 감상하기도 했습니다.
친구가 목회하는 남원으로 갔습니다. 남원에서 정령치에 올라서 경치를 구경한 후, 지리산 산채 비빕밥이 맛있었습니다. 뱀사골 골짜기 계곡에서 발을 담그며 친구가족과 회포를 풀었습니다. 옹기를 만드는 기업 인월요업에서 운영하는 한식뷔폐도 참 좋았습니다. 대구에서 하루 쉬고, 안동으로 가서 하회마을에서 전통체험을, 부용대에 올라 종교박물관인 하회마을을 바라보며 우리의 역사를 음미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호반의 도시 춘천에 들려서 반나절을 보냈습니다. 이렇게 전라도 탐방과 친구들의 목회현장을 돌아보는 시간도 의미있었으나, 다시 돌아와 교우들을 다시 뵙고 삼성교회를 섬긴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