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명예교수 신영오의 <사람처럼 개처럼>
특이하다. 과학과 종교, 인간과 우주를 시어로 간결하게 썼다는 점이다. 보통 과학이나 종교를 말할 때는 말이 많은 것이 아닌가. 그런데 아주 간결하게 페이지마다 여백이 많다. 읽지만 말고 생각하라는 것이다. 과학의 본질, 과학의 역사, 생물과 생명, 종교와 진리, 인간의 운명, 과학의 속성, 인간의 존엄성, 불교와 기독교 등을 주제로 다루었다.
과학은 보이지 않는 것은 다룰 수 없고, 보이는 것만 다룬다. 다시 말해서 과학은 오감으로 보고 듣고 감지하고 냄새맡고 느낄 수 있는 것들을 대상으로 한다. 과학은 합리성과 객관성을 추구한다. 합리성이란 어떤 절대적인 기준이라기 보다는 '그럴듯함'을 말하는 것이다. 그럴듯한 설명과 그럴듯하게 이해되는 방식이지 절대적인 진리는 아니다. 이 우주란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과학자들의 합리성은 서로 일치해야 옳겠지만 서로 충돌한다. 과학도 하나의 믿음위에서 진행되는 것이지 절대적인 객관성은 없다. 그래서 과학 이론은 언제나 변화하고 바뀌기 때문에 오래된 자료는 쓸모 없게 되고 언제나 최신 자료만이 중요하다. 과학자는 기본적으로 무신론자이며, 유물론자인 이유가 드러나게 된다.
그렇다면, 저자 신영오는 기독교 과학자인가? 소위 말하는 창조과학회 사람인가? 아니다. 그는 창조과학을 기독교에 기생하는 빌붙살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기독교를 과학으로 설명하려는 자체가 교만한 시도이기 때문이다. 종교란 보이지 않는 것, 비합리적인 것, 신앙으로만 이해할 수 있는 것을 설명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이다.
놀라운 통찰력이며, 이것은 창조과학자에 대한 필자의 생각과 일치한다. 종교를 보이는 것, 합리적인 것으로 만드는 것은 언듯 사람들에게 이해시키고 설명하기 좋으나, 기독교의 본질인 믿음으로만 이해할 수 있는 기독교의 진리를 왜곡하기 쉽다. 그는 기독교는 불교와 같은 심오한 철학이 아닌 비합리적이며 논리를 초월하는 선포라고 말한다. 하나님께서 이 땅에 다녀갔다. 진리를 누구에게나 쉽게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도록 선물로 남기고 가셨다. 이것은 지성인들이 오랜 수련과 공부를 통해서 깨닫는 불교와 같은 철학이 아니다. 과학과 철학의 잣대로 보면, 웃음거리요, 비합리적인 것이 바로 기독교라고 한다.
기독교가 비합리적이라고 해서 기독교를 폄하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기독교는 인간의 이성이 한계가 있음을 겸손히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것이 곧 믿음의 세계요, 신학의 세계다. 조심해야 할 것은 기독교는 반지성적, 반이성적이 아니다. 이성은 유익하고 좋은 것이지만, 하나님의 세계에 도달할 수 없고 다 이해할 수 없는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는 것뿐이다.
불교와 기독교에 대한 간결하면서도 핵심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인문학과 종교는 보이지 않는 영역을 다룬다. 과학에서는 결코 다음과 같은 것을 다루지 않는다. 그것은 인문학의 영역들이다. 사랑, 정의, 아름다움, 평화, 진리, 천국과 지옥, 죄, 기적, 귀신, 기쁨, 은혜, 정직, 인권, 이념 등. 후반부에는 기독교와 여타 주제를 연관하여 간결하게 서술한다. 과학과 기독교, 인문학과 기독교, 예술과 기독교, 삶과 죽음. 저자는 112쪽에 걸쳐서 25가지 제목을 간결하게 시적인 언어로 생명과학기술의 본질과 속성을 다루고 있다. 저자의 약력이 궁금해진다. 그는 인문학과 과학, 종교를 잘 아는 사람이다. 생명과학자인가? 분명한 것은 그는 기독교인이다.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 글을 인용한다.
"기독교의 성인은 즐겁게 삶으로 믿음을 증명하며 사는 사람들이며 즐겁게 목숨을 내어 놓은 사람들은 순교자이다. 합리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것만을 인정하는 것이 과학이다. 그러데 수많은 사람들이 인류의 역사 속에서 이성의 판단 한계를 넘어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체험으로 보여준 삶은 인격적인 증거이다. 이들 증인들이 피 흘리며 증명한 것이 바로 기독교의 믿음이다.
기독교는 진리를 선포하며 그대로 전파할 뿐이다."
* 이 책의 제목의 뜻은 무엇일까? 인간과 개를 같은 차원에서 보는 자연과학의 입장과 인간의 존엄성을 강조하는 기독교는 차이가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일까?
기파랑 출판사, 신영오, 연세대학교 명예교수